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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독립성보다 성숙한 의존이 낫다.” 로널드 페어베언
32살 지혁씨는 혼자가 편하다. 늘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한다. 직장에서 업무가 많아 며칠씩 밤을 새야할 때도 별다른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동료가 “도와드릴 거 없어요?”라고 물어도 “제가 혼자 하는 게 편해요”라고 말한다. 자취방에서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수리할 일이 있으면 주변 지인에게 묻거나 전문가를 부르기보다 유튜브로 찾아보고 어떻게든 ‘알아서’ 해결하려 한다. 혼자 무리해서 소파를 옮기다 허리를 삐끗한 적도 있다. 감기에 심하게 걸렸을 때도 끙끙 앓다가 겨우 다음날이 되어서야 병원에 약을 타러 갔다. 사귄 지 즉석복권 종류 얼마 안 된 여자 친구가 “그런 건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라고 묻자, 지혁씨는 “아니, 괜히 민폐잖아”라고 대답했다. 여자친구는 섭섭함에 침묵했고, 지혁씨는 “미안해. 누가 도와준다고 하면 오히려 불편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어려서부터 맞벌이 부모 밑에서 ‘혼자서도 잘해요’ 칭찬을 받으며 자란 지혁 씨는 도움을 청하거나 누구에게 의지하는 것이 익숙 학자금대출 원금감면 하지 않았다. “괜찮아, 혼자가 편해”라고 애쓰며 살다 보니, 어느새 꼭 필요한 도움조차 요청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역의존의 주요 특징
?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믿음직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 꼭 필요한 도움조차 요 중고차대출빠른곳 청하기 꺼려하며, 나약하다고 여겨 수치심을 느낀다.
? 내면의 욕구와 필요, 감정 등을 알아차리거나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 실수를 두려워하며, 항상 ‘괜찮은 모습’, ‘옳은 모습’을 보이려 한다.
? 타인의 요구에 의해 억눌리거나 통 인천소상공인지원센터 제 당할까봐 두려워한다.
? 친밀한 관계일수록 불안을 느끼고 거리를 두거나 회피한다.
?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진심으로 타인을 신뢰하기가 어렵다.
? 겉으로는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마음 속에는 분노와 적개심, 무력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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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이나 휴식이 어렵게 느껴지고 끊임없이 일이나 활동, 운동 등에 몰두한다.
? 다른 사람의 의존 욕구를 무시하거나 경멸할 수 있다.
기대고 싶지만 기대지 못하는 사람들
역의존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생존 전략이자 행동 패턴이다. 어린 시절 중요한 돌봄 대상에게 거절당하거나 방치된 경험은, 의존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로 이어지고 마음 깊은 곳에는 타인을 신뢰할 수 없다는 감정의 기억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다시는 상처받거나 실망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은 ‘자기양육’(self-parenting)으로 구체화된다. 애착과 정서적 수용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고 상처받기 쉬운 상태를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 혼자서 어떻게든 자율성과 독립성을 길러내야했던 결과다. 내가 나를 돌보면서 살아남은 것이다. “혼자여도 잘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은 타인과의 친밀한 연결을 회피하거나 거부함으로써 의존에 대한 두려움과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자기애적 세계에 머무를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도와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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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하고 싶은 마음을 방어하는 가짜 독립성
가짜 독립성의 본질은 ‘독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지 않기 위한 ‘관계 회피’에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감정적으로 연결되고 의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기대고, 돌보는 관계’는 인간관계에 긴장과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역의존적인 사람은 이 본능적 욕구에 “혼자서도 괜찮다”고 말한다. 실제로 괜찮지 않은 상황에서도 ‘괜찮아야’ 하기 때문에 연결을 포기함으로써 상처받지 않으려는 것이다. 심리학자 부부인 와인홀드 부부(Janae B. Weinhold & Barry K. Weinhold)는 역의존을 ‘친밀함으로부터의 도피(flight from intimacy)’로 설명한다. 역의존은 친밀함을 회피함으로써 감정적 고립 상태에 머물며, 독립을 과도하게 추구하고, 점차 통제와 고립, 방어에 익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방어가 개인의 마음에서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문화 속에서 이상화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잘해내는 사람’, ‘민폐 끼치지 않는 사람’,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칭찬받는 분위기 속에서 감정을 억제하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태도는 어느덧 성숙하고 강한 사람의 표준처럼 여겨진다. ‘강해 보여야 살아남는’ 조직 문화, 속마음을 드러내면 손해 보는 대인관계, “혼자여도 괜찮다”는 자립 신화는 우리로 하여금 감정을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를 부끄러운 일로 여기게 만든다. 그렇게 우리는 성숙함과 가짜 독립성을 혼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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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의존이란 상호의존할 수 있는 힘
진정한 독립성은 타인에게 전혀 의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도움을 요청하고, 그 도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정신분석가 페어베언은 ‘미성숙한 독립성보다 성숙한 의존이 낫다’고 말했다. 의존과 독립은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삶에 모두 다 필요하다. 그렇다면 ‘성숙한 의존’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면서도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힘이다. 이는 상대방이 내 욕구를 전부 충족해주길 기대하는 유아기적 의존과는 다르다. 성숙한 의존은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음을 알고, 분리된 존재로서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며, 감정적 교류와 돌봄이 오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상호의존은 내가 타인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해 내 존재가 침범당하지 않는다는 신뢰에서 시작된다. 성숙한 의존은 타인에게 나를 그저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도 관계 속에서 연결되고자 하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고립이 아닌 연결을 선택하는 용기 속에서, 우리는 성숙한 독립과 의존을 균형감 있게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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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존에서 벗어나기 연습
‘의존=약함’이라는 내면화된 신념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신중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고립된 세계에 가두는 역의존 성향은 지속적인 자기인식과 작은 실천을 통해 점차 변화시킬 수 있다. 그 시작은 작고 안전한 의존 실험이다. 믿을 만한 친구에게 소소한 고민을 털어놓거나 피곤할 때 도움을 요청을 해보는 등 부담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의존감을 경험해본다. 아주 작은 부탁인, “같이 가줄래?”, “이거 잠깐만 들어줄 수 있어?”와 같이 일상적 요청은 단순한 부탁 같지만 타인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하는 연습이 될 수 있다. 또한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순간, 나의 내면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관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긴장, 수치심, 어색함 등이 올라온다면 일기나 심리 상담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언어화해보자. 감정을 말로 설명하고 표현해보는 것이다. ‘기대고 싶다’는 감정과 ‘도망치고 싶다’는 감정이 동시에 든다면 내 안의 양가감정을 가만히 살펴본다. 지금 내 마음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지 가만히 지켜본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지금 나는 정말 혼자가 편한지, 아니면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피하고 싶어 익숙한 방어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본다. 이 질문은 내가 ‘혼자 있음’을 어떻게 여기는지 생각해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볼 질문들
1.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내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2.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는 언제, 어떤 일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3. 예기치 않은 도움에 고마움이나 안도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나요?
오늘의 용어: 역의존(counter-dependency)
역의존은 타인에게 신체적?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독립성과 거리두기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심리적 방어양상이다. 겉보기에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상황 자체를 위협으로 인식한다. 타인과 연결되거나 도움을 받고 싶은 욕구를 내면에 품고 있으면서도 ‘혼자서 다 할 수 있어’, ‘도움은 필요 없어’라는 태도로 욕구를 억누르는 패턴을 보인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거리를 두려는 정서적 회피 경향이 강해진다. 발달심리학적으로 아동이 부모와 분리된 독립된 존재로서 자신만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형성해가는 분리-개별화(Separation-Individuation)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역의존이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감정 억제와 성과 중심적 독립을 이상화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역의존 성향이 강화되기 쉽다.
노은정의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은?
개인이 느끼는 일상의 정서와 감정에는 무의식적인 모순과 억압된 기억, 문화적 압박과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뒤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잘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마음을 돌보는 일은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모호하고 낯선 마음에 하나씩 이름을 붙여보는 노은정의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https://www.hani.co.kr/arti/SERIES/3316?h=s)을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에서 만나보세요!
노은정 두번째마음 심리상담연구소장 |
